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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칼럼

[변교수의 필언필설] 코로나시대 한국사회의 갈등과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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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교수의 필언필설]  코로나시대  한국사회의 갈등과 위기                                                         

                                                        변동현(논설고문)

 

 세계적으로, 코로나 대처 최선진국으로 꼽히는 한국이 사회.경제적 갈등면에서는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다. 최근 국회의장 직속 자문기구인 '국회국민통합위원회 경제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김광림 前 국회의원)가 3월초, 국회도서관 DB 등록 전문가 1,8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인 89%는 한국 사회 분열과 갈등이 심각하다고 본 것으로 나타났다. 분열·갈등의  원인으로는 정치 63.1%, 경제 30.9%라고 응답했다. 그 안에 세대갈등, 이념갈등, 노사갈등, 빈부갈등도 포함되어 있다. 다양한 형태의 갈등과 마찰이 발생할 경우에 초래되는 손해나 비용. 경제적 손실, 기업 이미지 손상, 글로벌 조직의 사기 및 효율성 저하가 발생된다. 결국 국민 전체의 삶의 질이 떨어 떨어지게 될 것이다.

 

  한국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정치인들 중심으로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국내총생산(GDP)의 27%를 갈등관리 비용에 쓰고 있다(아주경제, 2018.8). 한국의 사회갈등 수준은 OECD 27개국 중 2번째로 심각하며,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연간 82조에서 246조에 이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삼성경제연구소, 2017). 이는 OECD 27개국 중 4번째로 심각했던 2009년 연구 결과보다도 더 악화된 것으로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선진국 진입을 위해 사회적 갈등 관리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위 연구소는 한국의 사회갈등지수가 OECD 평균수준으로만 개선되어도 1인당 GDP가 7~21% 증가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1인당 모든 국민에게 매년 900만원씩 돌아 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러한 조사는 사회적 통합과 화해가 국가발전에 얼마나 중요한지 말해 주고 있다. 역사인문학자 정만진 선생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망국적인 갈등현상은 멀리 고조선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기원전 109년 중국의 한나라로부터 공격을 받은 고조선이 항복이냐 항전이냐를 놓고 대신관료들의 정쟁으로 1년 격론 끝에 자멸했고, 고구려도 연개소문 아들들의 권력다툼으로 당나라에 힘없이 무너졌으며, 신라의 멸망도 고려에  항복하자는 경순왕파와 끝까지 항전하자는 마의태자파의 대립으로 무너졌다. 이어서 발해.고려.조선도 내분으로 멸망을 초래했다는 역사적 평가를 내린다. 그는 결론적으로 '내부 분열이야말로 나라가 망하는 지름길'이라며 최근 대한민국의 분열과 갈등 문제를 시급히 치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 이승만 초대 대통령도 일찍이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정치구호를 사용했다. 

 

서구의 정치학 이론에서도 'National  Integrity'(국가통합), 'National Interest'(국가이익)이 국가발전의 기본개념으로 대부분의 정치학교과서에서 가장 많이 강조된다. 바이든 대통령도  취임사에서 국민통합을 10회 이상 강조했다. 물론 갈등이 항상 유해한 것만은 아니다. 정반합이라는 변증법적 가치가 있고, 갈등해결을 통해 더욱 공고한 통합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건전한 여야관계, 성숙한 토론문화, 상호 비판과 경쟁은 민주사회의 중요한 덕목으로 강조되기도 한다.

 

  그러나 사리사욕과 이기주의.배타주의, 끝없는 권력쟁탈을 위한 정쟁 등은 반국가적인 자해행위나 마찬가지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에 번역출판된 카스무데 교수(조지아대.국제관계학)의 책, [혐오와 차별은 어떻게 정치가 되는가](권은하 역, 위즈덤하우스, 2021.2)에서 지적된 내용은 주목받을 만한다. 그는 '극우정치' 현상을 '제4의 물결'이라고 지적하면서 21세기 들어 극우정당이 유럽 뿐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주류  정치세력이 되고 있고, 언론과 정치를  중심으로 역사수정주의.인종차별주의 등 극도의 혐오정서가 공개적으로 퍼져나감에 따라 극단 우익성향이 출현했다고 주장한다. 한겨레 김진철 기자는 한국도 예외가 아니라면서 태극기부대와 반일종족주의,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 일부 언론의 극우적 보도태도 등을 예로 제시한다(2021.3.12).

 

  우리의 정치현실은 어떠한가? 최근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구태의연한 이합집산과 '내로남불' 정치행태가 재연하고 있다. 어떤 후보자는 과거 자신의 부정부패를 참회하기는 커녕, 견강부회로 버젓이 국민앞에 침발림 변명을 일삼고, 언론은 이를 공명정대하게 파헤치기 보다는 진영적 옹호 및 왜곡보도를 일삼고 있다. 그야말로 무책임한 혹세무민의 갈등 부풀리기 행태이다. 힘없고 순진한 국민들은 그래도 그 중 한 사람을 선택해야 하고, 그런 비뚤어진  언론들의 기사를 보고 읽어야 한다.

 

  '정의론'으로 유명한 마이클 샌델 교수는 좋은  정치인이란, '정치기술 만이 아니라, 국민을 화합하고 포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포스트코로나를 앞두고 야당정치인들은 무책임한 대 정부 코로나 정책 흠집내기에 앞장서고 있다. 그들의 부도덕한 정치기술이 무책임한 갈등을 증폭시킨다. 그들에게 정치란 권력 쟁탈 게임에 불과한 것인가? 과연 진정한 국가관이 무엇인지 묻고싶다. 최근 TV에 비친 야당 중진들의  욕설에 가까운 거친 언사들을 보며 국민들은 그들의 낮은 인격과 품격에 실말을 넘어 깊은  상처를 받는다. 신진욱 교수(중앙대 사회학)는 '정치권에 적대감이 들끓고 있다'(한겨레 칼럼)면서 개탄했다.

 

 특히 국민 건강을 담보로 하는 전염병의 정치화만은 막아야 하는데도 '아니면 말고 식'의 비난을 퍼붓는다. 평생을 이당 저당 양지만 찾아 다니며 권력 냄새만 맡고 다녔던 사이비한 노정객마저 기자회견을 빙자해 코로나 백신이 위험하다는 무책임한 소문을 퍼뜨리고 다니며 국민을 불안 속으로 몰고 있다.

 

  최근 LH사태도 결코 우연한 것이 아니다. 마치 여당만이 원죄인 것처럼 비난의 포화를 쏟아 부고 있다. 이 사건은 과거 수십년간 공직자들의  뿌리깊은 부패.비리가 드러난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것을 삼척동자도 안다. 일찍이  '차떼기 정당'(뇌물을 트럭으로 실은 채 받았던 정당)이라는 별칭을 얻었던 정당의 이름은 오늘 날 무엇인가? 최순실 정권으로 인해 촛불정국을 탄생케 한 정당은 오늘날 무엇인가? 과거 독재정권과 군사정권이 저지른 부정과 부패를 여기에 모두 열거하는 일은 불가능하며 불필요할 것이다.

 

 불과 몇년 전의 일인데 민생에 바쁜 국민들은 벌써 망각과 착각 속에 빠진 것같다. 기회는 이 때다 하고 '내로남불' 정쟁만 벌일 것이 아니라 부끄러운 과거 정치를 반성하는 마음으로  더욱 건설적인 개혁과 적폐청산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정치인의 윤리이고, 미래 국민에게는 희망을, 나라에는 평화적 변화를 안겨 줄 것이다. 갈등을 조장하여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정치기술' 행위는 중단되어야 한다. 이번 선거가 깨끗하고 공명정대하게 이루어져서 국민통합과 진정한 국가발전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유권자들의 냉정하고 이성적인 판단과  선택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정치인도 언론도, 그리고 검찰도 권력의 오만에서 벗어나, 말로만 하는 대국민 봉사가 아니라 더욱 겸허하고 낮은 자세로 언행을 신중하게 하고, 갈등 아닌 평화적 책무를 수행하기 바란다. 끝으로 김구선생이 정치인들에게 당부하는 말을 되새겨 보기 바란다. '하얗게 눈덮힌 들판을 걸을 때 함부로 어지러이 걷지 말라. 오늘 내가 남긴 발자취는 후인들의 이정표가 되리니!..'   (전 서강대학교 교수.한국방송학회장.Fulbright교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