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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칼럼

[변교수의 필언필설] 미국대선과 한국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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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   동  현

                                                              <논설고문> 

   미국 46대 대통령 선거가 경합 지역별로 아슬아슬한 가운데 막을 내렸다. 사전 우편투표에서 우세를 보인 조세프 바이든의 막판 승리다. 바이든의 명성은 오바마 대통령 시대 부통령으로 워낙 잘 알려진 인물이지만, 러닝메이트인 카멀리 해리스는 자마이카 이민자 출신의 흑인 아버지와 인도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미국 최초의 아시아계 여성 부통령으로 화제다. 아버지가 명문 스탠포드대 교수 출신으로 미국 중산층을 대표할만한 교육자 집안이다.

 

  이번 미국 대선은 치열한 씨소게임처럼 전개되어 세계의 이목을 끌기도 했지만 보수와 진보, 상식과 비상식, 평등과 차별, 환경과 반환경, 독선과 배려, 미 우선주의와 국제주의 등의 수많은 이슈가 걸린 대결이었다. 바이든의 승리는 건전한 미국인들과 유럽의 주류는 물론, 상식과 평화의 추구를 기원하는 모든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우리 한국인들도 전국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사전 설문조사 결과 트럼프 후보 지지 16%, 조 바이든 후보 지지 59%로 나타난 상태여서 바이든의 당선을 반기는 분위기다. 한국갤럽은 무엇보다 트럼프의 경솔하고 비상식적인 행태에 실망한 결과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트럼프는 기이한 행태로 미국을 분열시키고 나아가 법적 소송 등 선거 불복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수십년 미국 대선정치의 전통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많다. 그는 2000년 대통령 후보 엘고어 등 많은 정치 선배들의 멋진 페어플레이 정신을 어긴 나쁜 대통령으로 기록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지난 8일 바이든은 46대 대통령 당선자 신분으로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그의 고향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환호하는 수많은 지지자에 둘러싸여 명연설을 남겼다. 우선 바이든 당선인(President-elect)은 미국의 분열을 극복하고 국민들 사이에 앙금을 씻어내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판단, 화합과 단합을 역설했다.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 되겠다', '국민의 마음을 치유하는데 앞장 서겠다', '서로 적대시 하지 말고 거친 표현을 삼가자', '함께 화합하면 이뤄내지 못 할 일이 없다' 등, 시의적절하고 포용적인 내용으로 채워졌다. 그간 도와 준 사람들에 대한 감사인사도 두루두루 따뜻하게 전했다. 원로 정치인으로서 노련한 정치인다운 스피치였다.

 

 여기서 우리의 정치 현실을 반추해 보자. 여의도에는 밤낮없이 정치인들의 가시돋힌 설전들이 국민의 마음에 못을 박는다. 막말과 고성은 일상이 되었다. 야당이라는 이름으로, 그리고 비판과 견제라는 이름으로 또는 질문이라는 이름으로 던져지는 말 속에 가시돝인 증오와 비난이 난무한다. 한 나라의 국민인가 의심이 들 정도로 정쟁이 극심하다. 언론들은 가짜뉴스와 정파적 보도 일색이다(참고, 이영희, '가짜뉴스와 민주주의'). 맑고 정직한 뉴스나 논평을 찾기 어렵다. 언론고시라 할 정도로 실력있는 엘리트들만 들어 갈 수 있다는 언론사는 더 이상 언론기관이 아니라 언론공작소로 불러야 할까? 가짜뉴스 주범은 '정해 놓은 방향에 따라 기사를 짜맞추기' 때문이라고 한다(변상욱 대기자). 또한 기소 이전에 검사로부터 나온 정보에 기초해서 왜곡보도가 난무하는 실정이다. '언론의 기본이 전혀 지켜지지 않는 현실'이기도 하다(전 KBS사장, 정연주). 한 설문에 의하면 '국민 72%가 언론을 믿지 않는다'고 한다. 언론이 '사회의 목탁'이라는 개념은 실종된지 오래다. 검언 유착 관련보도가 몇개월 째 특종.단독보도라는 이름으로 대서특필되는 세상..가장 독립적이고 공정해야 할 언론과 검찰이 유착이 돼서 사건을 주물럭거린다니 국민들은 어디를 믿고 의지할 것인가? 가장 공정하고 공평무사해야 할 검찰총장마저 '나는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법무장관에 대해 '중상모략'이라는 표현은 가장 점잖은 표현이다' 등, 도를 넘는 발언 등으로 정치성향을 드러내고, 차기 대권 포석까지 한다니 국민의 인권은 시장바닥에 내동댕이 쳐진 느낌이다. 나아가 윤총장의 대전 행보에 이어 정부의 에너지 정책의 하나인 월성원전에 대한 검찰의 갑작스런 압수수색은 또 뭔가? 과연...검찰개혁.공수처 또는 추장관 및 야권과의 관계를 의식한 검찰권 행사인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해 의문을 갖게 한다는 여론이 커진다. 검찰청법제 8조에 의하면 검찰총장의 지위는 명백하게 '법무장관의 지시를 받는' 하위직 공무원이다(다수 법학자 및 정치인의 해석). 일부에서는국감장 앞에선 총장의 모습이 너무 오만할 뿐아니라 '반헌법적 국기문란' 또는 '민주적 통제를 거역하는 무소불위의 제왕적 행태'라고 비판한다.

 

 한 해 국정 전반을 감사한다는 의사당에는 국정감사의 대의명분은 간데 없고 온갖 인신공격성 험한 말만 난무했다. '국정은 국정감사·조사의 대상이 되며...(중략), 국정의 특정사안을 대상으로 한다(헌법§61, 국정감사및조사에관한법률§2,§3). 그럼에도 국감의 기본과 무게는 찾아 볼 수없다. 지난 국감 관련 키워드를 찾아 보니 추미애. 옵티모스. 윤석열등의 단어들이 주류를 이룬다. 국회의 의미가 뭔지나 알고 가슴에 금배지 달고 있나? 정치인들이여, 권력과 권위는 자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을 다시한번 가슴에 새겨야 할 것이다.

 

  최근 새로 내놓은 야당의 이름은 '국민의 힘'이라고 한다. 중요한 것은 당의 이름이 아니라 당을 개혁하고 쇄신하는 것이 중차대할진데 정당의 이름을 조변석개처럼 바꾸는 것은 국민들을 어지럽게 할 뿐 아니라 그 자체로 당의 정체성이 불안정함을 스스로 입증하는 것이다. 세간에는 '국민의 짐'이라고 조롱된다고 하니 안타까울 뿐이다. 흔히 언론에서 줄임 말로 '국힘'이라고 칭하기도 하는데 역시 어색하긴 마찬가지다. 한국의 제1 야당의 이름이 보다 부르기 편하고 과장없이 실체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개명될 필요가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0월7일 일반 접견에서 "정치가 가난한 이들을 더 큰 가난과 절망으로 몰아넣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과장과 극단주의를 도구로 삼는 정치지도자들을 꾸짖었다. 한말의 정치가이며 베이징대학교 교수를 역임하고, 임시정부 국무위원 겸 학무부장을 역임했던 소해 장건상은 "국가 대의를 위하고 민족발전을 위하여 최선을 다 하는 것이 정치적 이상이다. 국민은 이에 대하여 심판할 것이다"는 말을 남겼다. 민 모 전 국회의원은 지난 총선에 낙선한 개인적 한을 풀기위해서(?) 워싱턴D.C.까지 가서 지난 4월 한국의 총선은 부정선거라며 1인 피켓시위를 벌인다고 한다. 국가위신은 안중에도 없는 몰지각한 행태다.

 

  그리스 신화 중에 '판도라의 상자'라는 이야기가 있다. 수천년 전의 그리스 신화는 인간들에게 지금도 많은 교훈을 준다. 신들에게 도전하는 것을 막기 위해 판도라라는 여자를 만들어 지상으로 내려 보내는 얘기다. 여인에게 작은 항아리를 주면서 절대로 열어보지 말라고 당부한다. 그러나 호기심 많은 판도라는 그 항아리를 열어보고 만다. 항아리 속에서 나온 것들은 인간에게 질병과 미움, 시기, 탐욕 등 온갖 좋지 않은 것들이 나오고 마지막 '희망'이 나오기 전에 항아리의 뚜껑을 닫았다고 한다. 과연 우리의 정치인들은 국민에게 희망을 안겨 줄 의지와 지혜가 있는가? 팬데믹의 공포 속에서도 여전히 권력욕에만 눈이 어두운 나머지 국민들을 절망과 시련의 함정으로 몰아 넣을 것인가...

 

  78세 최고령 나이에 미국 국민으로부터 대통령의 선택을 받은 조 바이든의 짧은 연설('승리의 연설' Speech of victory & unity)에서 '우리는 상대방을 결코 적으로 봐서는 안된다'며 화합을 강조했다. 품격과 아량을 잃은 미국 정치의 현 위기에 경종을 주는 일침이다. 차제에 밤낮없이 진영간의 적대적인 정치로 날이 새는 한국의 여의도 정치인들에게도 반성의 메시지로 울려 퍼지길 바래본다. 다시 '화이부동'(공자의 '다르지만 같이 간다'는 사상)을 생각하며..   (전 서강대학교 교수.한국방송학회장.Fulbright교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