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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국토부, 전세난 저금리 탓이라는데…전문가들 "지나친 단순 도식화"

국토부, 전세난 송구하다더니…사흘만에 "한은 탓"
전문가들, 저금리 장기화인데 왜 이제와서 탓하나
임대차2법·거주요건 강화에 전세 수급난 지속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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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63아트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금년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한국은행이 불가피하게 기준 금리를 인하했으며, 이는 전세가격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세시장 불안에 대한 정부의 '오락가락' 발언이 최근 도마에 올랐다.

 

국토교통부가 신규 전세시장 불안의 원인으로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를 지목했기 때문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 시행 이후 나타난 전세시장 불안에 대해 "송구하다"는 입장을 밝힌 지 불과 사흘만이다.

 

정부의 이 같은 인식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최근 전세난의 원인이 복합적인 데도 정부가 일부 원인을 전체인양 잘못 해석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일부 성과에 집착하다 보니, 신규 전세시장 상황을 지나치게 단순 도식화하고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21일 국토부의 보도설명자료에 따르면 금리가 내려가면 임차인 입장에서는 전세 보증금 실부담이 줄어 든다.

 

예를 들어 대출금리가 4%에서 2%로 하락할 경우, 3억원짜리 전셋집에 살고 있는 임차인은 전세보증금 대출 이자도 10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줄기 때문에 전세대출을 6억원까지 올려줄 여력이 생긴다.

 

이에 선호지역 및 아파트에 대한 전세 수요가 증가하고 집주인 관점에서는 실수익이 감소해 보증금 증액 유인이 발생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정부가 지나치게 상황을 단순하게 보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일반적으로 집주인이 시세보다 높게 전셋집을 내놓는다면 거래가 성사되지 않거나 거래기간이 장기화되는 등 기회비용을 치러야 한다. 세입자가 부르는 대로 값을 치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집주인이 1억~2억원 호가를 높여 내놓는, 이른바 '배짱 매물'이 곳곳에서 나타나는 데도 세입자들이 속수무책으로 전셋값을 치르고 있다. 전세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기에 세입자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임대차 3법 시행 후 시작된 전세난이 이어진 20일 오후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실 부동산 매물 정보란 곳곳이 텅 비어 있다.

 

전세시장에서 수급난이 생긴 원인은 매우 복합적이다.

 

우선 기존 세입자의 재계약이 늘면서 시장에 유통 매물이 줄었다는 것이 가장 먼저 꼽힌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와 주택금융공사에서 받는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서울의 공적보증 갱신율은 60.4%로, 전월(51.6%) 대비 8.8%포인트 증가했다. 올해 1~8월 평균(55%)과 비교해도 임대차2법 시행 이후 갱신율이 높아지는 추세다. 정부가 임대차2법 시행의 성과로 가장 먼저 언급하는 '기존 전세시장의 안정' 효과다.

 

하지만 이는 신규 전세시장에는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기존에 살던 세입자들이 그대로 눌러 앉으면서 거래 시장에 나오는 전세 매물이 줄어 들게 된 것이다. 집주인 입장에서도 강남권 일부 지역에 시행된 토지거래허가제나 재건축 사업, 초고가 주택의 보유세 공제 등으로 거주요건이 강화되면서 자신의 집에 거주하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 나타난 '거래 경색'이 전세 매물 부족 사태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입자가 있는 상태에서 집을 매매하거나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매매시장과 전세시장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특성이 있다.

 

하지만 거주요건 강화로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퇴거를 요청하고 세입자도 자신이 소유한 주택의 세입자를 내보내는 상황이 수도권 곳곳에서 연출되고 있다. 이 같은 연쇄적인 과정에서 일부는 잔금을 치르지 못하는 등 '돈맥경화'로 이어지면서 전세 매물의 출시를 지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서울의 경우 주택보급률이 지난 2018년 기준 95.9%로 100%에 미치지 못해 여유분이 없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미분양 주택도 서울은 물량이 매우 희소한 데다, 수도권으로 범위를 넓혀도 지난 7월 이후 수도권 집값 상승세가 커지면서 상당수가 소진된 상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계약갱신청구권 시행 이후 전세 수요도 함께 줄었음에도 급격한 수급난이 커지는 원인은 주택시장에 여유 재고분이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정부는 단순히 '서울 주택 공급은 충분하다'고 말하지만 최근 전세시장의 양상은 단순하지 않다"면서 "재고 부족이 아니라 수요-공급 미스 매치가 시장 전체에 나비효과처럼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전월세신고제도 도입되기 전에 임대차 시장 상황에 대한 명확한 이해 없이 지나친 낙관만으로 임대차2법을 도입한 정부 정책의 패착"이라는 것이다.

 

16일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 전세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28.3을 기록해, 전월(127.5)보다 0.8포인트 확대됐다. 지난 2015년 10월(135.4) 이래 59개월 만에 최고치다.

 

전세 수급난은 지금 당장으로서는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이날 현재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4424세대 대단지, 은마아파트의 중복 매물을 제외한 전세 매물은 단 4건뿐이다. 은마 아파트 전셋값도 임대차2법 시행 전인 지난 7월 4억~6억원에서 최근 9억원대로 치솟았다.
 
서울 전체로 봐도 1만305건에 불과해, 지난 8월21일(2만1090건) 대비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최근 강서구에서는 전셋값이 저렴한 등록임대주택 전세 매물을 놓고 세입자들이 줄을 서서 구경하고, 현장에서 추첨을 통해 계약자를 가리는 등 진풍경이 나타나기도 했다.

 

전세 수급 불안은 당분간 가격 상승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직 수도권 집값 상승이 현재 진행형인 가운데 전세가격도 영향을 받고 있다. 앞으로 내년 7월 이후 3기 신도시 사전분양을 노린 과천, 하남, 남양주 등 일부 지역은 전입수요가 늘면서 시장 불안이 커질 전망이다.

 

내년에는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마저 준다. 국토부에 따르면 내년 서울 입주 물량은 3만6000가구로, 올해 5만3000가구보다 1만7000가구나 적은 수준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전세 수급 불안이 내년 말 이후에도 지속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전세 수급난이 자칫 고착화될 수도 있어 서울권 주택 공급을 가속화 해야 한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