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25 (토)

  • 구름많음동두천 7.8℃
  • 구름많음강릉 9.1℃
  • 연무서울 8.3℃
  • 흐림대전 10.2℃
  • 흐림대구 9.3℃
  • 흐림울산 9.7℃
  • 흐림광주 10.4℃
  • 흐림부산 11.1℃
  • 흐림고창 8.4℃
  • 흐림제주 13.4℃
  • 구름많음강화 6.7℃
  • 구름많음보은 8.8℃
  • 흐림금산 9.0℃
  • 흐림강진군 11.2℃
  • 흐림경주시 9.6℃
  • 흐림거제 10.6℃
기상청 제공

시론/칼럼

                                                       변  동  현<논설고문>

다사다난 했던 한 해가 지나면 좀 더 편안한 새해가 오려나? 해마다 바라는 국민의 소망이지만, 나랏일은 하루아침에 달라지기는 어려운 것인가. 평화롭고 위대한 2016-17년 광화문의 촛불혁명을 쟁취했지만 정국의 불안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해마다 연말이면 [교수신문]이 발표해 온 4자성어, 올 해는 '공명지조'(共命之鳥)가 뽑혔다. 불교의 《아미타경(阿彌陀經)》에 나오는 새를 비유하는 말이라고 한다. 히말라야 기슭이나 극락에 사는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새이다. 줄여서 공명조(共命鳥), 머리는 2개인데 몸통은 하나이다. 한 나라의 백성인데 두 가지 마음으로 쫙 갈라진 우리 현실과 흡사하다는 것이다(교수신문/영남대 최재목 교수).

 

   올 한 해 우리 국민들은 정치권과 검찰, 언론이 벌여왔던 싸움판에 염증을 느낄 대로 느껴왔다. 거의 모든 정치적 사안에 걸쳐 1년 내내 이전투구 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국민은 불안.짜증.불쾌감이 커질 대로 커졌다. 검찰은 압수수색과 소환을 남발(?)하며 조사를 이어갔지만 국민들의 궁금증을 속 시원하게 해결해 주지 못했다. 언론은 단독.특종.특집 등 제목을 달며 경쟁적으로 대서특필을 이어 갔지만 언론사마다, 입장이 다르고 관점이 다르니 과연 무엇이 진실인지 기사를 아무리 봐도 헷갈릴 뿐이다. 믿을만한 언론매체를 찾기 어렵다. 여야, 야야가 갈라져 있고, 검찰과 경찰, 검사와 판사가 서로 동상이몽이다. 국가를 바로 세워야 할 주요 기둥들이 선의의 경쟁이나 견제가 아니라 적대적 갈등만 키우고 있다. 지금의 정국은 마치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살고, 아니면 내가 죽는다'와 같은 너무나 살벌한 풍경이다. 이러자고 국회를 만들고, 검찰을 만들었으며, 언론을 만들었는가? 이들은 국민들의 눈물을 닦아 주고 있는가, 아니면 상처를 도려내려 하는가?

 

   문화체육관광부 최근 조사에 의하면 우리 사회의 갈등 양상에 대해서 '진보와 보수 간 갈등이 크다'는 응답이 91.8%로 눈에 띄게 높았다. 이는 2016년 조사 때보다 14.5%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갈등 유형별로 보면 '정규직-비정규직'은 85.3%, '대기업-중소기업' 81.1%, '부유층-서민층' 78.9%, '기업가-근로자' 77.7%가 크다고 했고 경제적 양극화에 대해선 90.6%가 '심각하다'고 응답했다(한국갤럽조사연구소).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사회적 갈등으로 모든 국민이 일인당 매년 900만원씩을 쓴다. 국가 전체로 따지면 무려 82조원에서 최대 246조원 규모인 셈이다. 한 해 국가예산의 60%에 이르는 금액을 갈등비용으로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갈등 사안마다 우리 사회가 하나의 한국이 아니라 두 개의 한국으로 분열되고 있다고 했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사회갈등 지수는 0.71로 OECD 27개국 중 2~4위를 오간다(OECD 자료).

 

   이렇게 국민들 사이에 갈등이 크게 나타난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도 금년은 경제가 어려웠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아베의 비상식적인 수출규제와 미.중간의 무역전쟁이 미친 파고가 컸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이다. 수도권 아파트 값의 폭등과 부동산 시장의 불안도 겹쳤다. 우방인 미국 트럼프의 상상을 초월한 방위비 5배 인상 요구안은 내년도 나라살림도 어둡게 할 전망이다. 또한 김정은의 핵 강경노선 등, 외교적으로 어느 때보다 불안요인이 커졌다. 그런데 설상가상 국내적 불안이 너무나 컸다. 조국 전 장관 청문회와 그의 일가족 수사로 수개월째 온 나라가 뒤집어지는 듯했지만, 아직도 수사와 재판은 계속되고 있다. 나라를 안정시키고 통합에 앞장서야 할 정치권은 국민을 볼모로 볼상 사나운 막장정치를 이어 나가고 있다. 도무지 격에 맞지도 않고, 명분도 없는 삭발.단식.시위 퍼포먼스(?)는 국민들의 한숨만 자아낸다. 식상하고 또 식상하다. 그들의 '투쟁'이란 용어는 국민을 항한 '투정'에 불과하고, 귄모술수의 선동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과잉 정치쇼와 투쟁의 남용은 이제 그만 접어야 한다, 국민 혈세로 나라를 혼란의 수렁으로 몰아가는 폭력적이며 천박한 정치에 종언을 고해야 한다.

 

   미국 하원은 트럼프를 탄핵하면서 북핵문제 해법은 '화염과 분노'를 접고 대화로 풀어야 한다고 했다. 우리의 정치도 언론도 그리고 검찰도 ‘화염과 분노’의 부정적 광기와 과감히 고별하고 진심어린 대화와 타협, 긍정과 평화로 다 같이 우리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고 국민의 삶에 희망을 주어야 한다.

 

   희망찬 2020, 새해에는 젊은 30대 초반의 나이에 눈과 귀가 먼 극한의 고통 속에서 꽃피워 낸 베토벤의 교향곡 제9번 제4악장에서 품어내는 영웅적 '합창', [환희의 송가](Schiller 작시)를 온 국민이 다 같이 부르며 하나 됨을 다짐해 보면 좋겠다.

 

    "오, 벗들이여! 더욱 기쁨에 찬 노래를 부르지 않겠는가! 환희여, 아름다운 신들의 찬란함이여, 낙원의 여인들이여, 우리 모두 황홀감에 취해 빛이 가득한 성소로 돌아가자. 엄한 현실이 갈라놓았던 자들을 신비로운 그대의 힘은 다시 결합시킨다. 그대의 고요한 나래가 멈추는 곳, 모든 인간은 형제가 되노라. 위대한 하늘의 선물을 받은 자여, 진실한 우정을 얻은 자여, 여성의 따뜻한 사랑을 얻은 자여, 다 함께 환희의 노래를 부르자..."             

 

  여기에 더해 우리 민족의 평화로운 정서를 담은 [흥타령]의 의미도 함께 새겨보면 어떨까. "창밖에 국화를 심고 국화 밑에 술을 빚어 놓으니 술 익자 국화 피자 벗님 오자 달이 돋네. 아희야, 거문고 청 쳐라 밤새도록 놀아 보리라. 아이고, 데고 어허 흥 성화가 났네! 헤-"(후략)[한국민속대백과사전].

 

   2020 경자년(庚子年)은 흰쥐의 해이다. 풍요와 희망을 상징한다고 한다. 디즈니회사가 ‘미키마우스(Mickey Mouse)’ 애니메이션으로 오늘날 세계적인 대 부호가 된 것도 우연이 아닌 모양이다. 쥐의 해에 태어난 사람은 식복과 함께 좋은 운명을 타고 난다고 한다. 쥐는 위험을 미리 감지하는 본능이 있고 어려운 여건에서도 살아남는 동물이다. 고대로부터 쥐는 재물.다산.풍요를 기원하는 상징이며 미래를 예시하는 영물로 여겨졌다. 근면성과 인내성이 뛰어나다. 번식력도 왕성하다. 그리고 흰쥐는 인간의 생로병사를 위해 각종 실험에 쓰여 희생되는 인류발전에 크게 기여하는 동물이기도 하다. 그래서 역학자들은 2020년에는 우리가 아무리 어려운 일을 만난다고 하더라도 바위처럼 강한 버팀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을 내어 놓는다(blog, 에너자이저). 희망 찬 새해, 우리 마음에는 심덕승명(心德勝命), 즉 ‘마음에 덕(德)을 쌓으면 운명도 바꿀 수 있다’는 사자성어도 함께 간직하면 더욱 좋겠다는 바램이다.

                                              (전.서강대학교 교수/한국방송학회장.Fulbright 교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