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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칼럼

                                                    허    광   섭<논설위원>

 

광화문 촛불 시위로 문 정권은 시작했다. 문 정권의 사람이 먼저다! 라는 구호는 참으로 신선했고 참 좋았다. 이 구호를 처음 대할 때 문 정권을 이룬 그 뒤에 있는 자문단의 철학이 이 시대를 잘 읽고 사상이 깊구나싶었다. 정말 반가웠다. 어떤 경우에도 사람이 중심이어야 하고 사람을 살리고 사람이 살기 좋은 나라가 돼야 한다. 이것은 모든 시대 모든 사람의 바람일 것이다. 문 정권이 3년이 되었다.

 

그런데 그 정권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청와대에서 민정수사관으로 정권에 참여한 참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검찰의 조사를 받기 3시간 전에 극단의 선택을 했다고 한다. 누가 죽였나? 제일먼저 떠오른 질문이다. 다수의 안전을 위해 그 하나를 없이 할 수 있는 것이 좋지 않은 권력의 특칭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야 했을까? 하고 잠시나마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나를 부끄럽게 여겼다.

 

그 죽음을 달리 보면 내가 속한 조직을 위해 나 하나가 모든 것을 품고 가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 했을까? 원하지 않아도 선택의 여지가 없어 스스로 목숨을 버린 것인가? 진행된 사건은 떳떳하지 못한데 검찰조사 앞에서 피할 수도 말할 수도 없고 나를 보호해 주는 동료도 없다고 생각한 것인가? 설령 그렇다 해도 그 정권은 좋지 않다. 결코 혼자서 했을 리도 없고 혼자 책임질 것이 아니라는 것은 쉽게 짐작이 간다. 그 뒤에 있는 책사가 누구일까? 참으로 어리석다. 그러지 않기를 바라며 향후 검찰조사 진행을 보자. 청와대의 불통. 부처 간의 부조화. 월권. 하명수사. 고래 고기. 울산시장 선거. 죄인 몰아가기. 뒤집어씌우기 등, 이런 단어와 인물과 시간적인 때만 다르지 하는 행동 모양은 실망스럽던 권력들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이 나라 백성으로 그동안 권력들이 해왔던 행위들을 많이 보고 겪으며 살았다. 그래서 모두들 실망을 했는데 여전한 것 같다. 이미 국정농단. 촛불시위. 탄핵. 레임 덕. 이라는 단어들이 돌고 있다. 허기야 촛불이 이미 정권을 바꾸어 본 경험이 있으니 또 그런 일이 일어난다는 것이 새롭지 않을 것이다. 촛불의 힘과 지향점을 다시 새겨보기를 권력에게 권하고 싶다.

 

하나를 죽이면 죄인이고 많이 죽이면 영웅이 된다. 라는 말이 있다. 죽임이 정당화 되는 예가 전쟁일 것이다.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하여 준비하고 싸움을 실행한다. 그 전쟁을 위해 정보를 수집하고 때로는 거짓 정보를 흘리기도 한다. 인원과 물자를 더하기도 하고 빼기도 한다. 이 모든 행위를 작전이라고 한다. 죽고 죽이는 전쟁이 정당화 될 수 있는 것은 다수를 위한 악을 저지하고 멸하는 것이 될 때뿐이다.

 

그런데 소수의 논리와 유익을 위해 다수를 향해 속이고 꾸미고 싸우는 것은 악이 되고 없애야 할 대상이 된다. 이런 싸움의 배후에는 늘 인간의 욕심이 있다. 욕심은 나를 위해 너를 속이고 이용하고 때로는 대의를 위한다는 그럴싸한 명목으로 뭇 생명을 죽음으로 몰기까지 한다. 이제 쯤 스스로 묻기 바란다. 지금 나의 고민이 다수를 위한 것인가? 백성을 위한 것인가? 나라를 위한 것인가? 이 나라 다음 세대를 위한 것인가? 이 나라의 시조인 단군은 모든 권력의 목표를 모든 사람에게 두루 유익하게 하는 나라를 일구자고 홍익인간으로 삼았다.

 

군자는 내 걸음이 길이 되어 많은 사람들이 다닐 터인데 과연 살리는 길을 만드는 것인가? 죽음으로 내 모는 길을 만드는 결과를 내는 것인가? 생각하라 했다. 나만이 아니라 너를 생각하는 자는 큰 자다. 그 너를 넓히는 만큼 그는 큰 자다. 오늘도 살아 있어 이 나라 백성으로 살고 있는 너와 나는 큰 자는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영웅일 수 있다. 큰 자와 영웅은 그리 거창하지 않다. 오늘 하루를 바르게 살았다는 것만으로 너와 나는 이 하루의 영웅이다. 거짓과 유혹 앞에서 '아니요.' 하고 어려움과 모자람 앞에서도 바르게 그 때를 살면 네가 큰 자이고 영웅이라고 스스로 위로하고 자부심을 가지고 하루를 살아 온 너의 수고에 존경을 표하고 싶다. 숨 한번 깊게 쉬고 나의 상황과 삶의 자리와 역할을 돌아보자. 이도 저도 해결의 길이 보이지 않는다면 성급히 반응하기보다 가만히 앉아서 마음 모아 생각을 비워보자. 어설프게 행동하다 또 그르치기보다 차라리 부족한 자로 견디는 것이 적게 아플 것 같다.

 

늦가을인데 어제는 비가 왔다. 날씨가 싸늘하다. 어디는 얼음이 얼었단다. 경춘 고속도로에서 여러 대의 차들이 미끄러져 사고가 났단다. 사람들이 다쳤겠는데 죽지 않았으면 싶다. 아스팔트에 비와 미세 먼지가 스며들고 얼면 운전자가 인식할 수 없지만 도로 표면이 어는데 그것을 블랙 아이스라고 한단다. 그 위를 달리다 보면 운전기술이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늘 익숙한 길이라도 조심 해야겠다. 아니 두렵기 까지 하다. 이 나라 언제쯤이면 얼마나 아프고 서야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을까?

 

언제쯤이면 너의 모든 정책과 말들을 믿어도 될까? 이제 날씨도 정국도 점점 추워지겠지? 그래서 스스로를 달래 본다. 저만치 봄은 오고 있다고, 그래도 아니 그래서 참고 기다린다.

                                                              (창현교회 원로목사, 전 한신대학원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