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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뉴스

'김기현 첩보' 그대로 이첩됐나 가공됐나…檢 수사 관건

'경찰 9번 보고' 靑 수사 간여 여부도 규명 과제

▶[그래픽] 전 울산시장 비위 첩보 전달 과정

 

 지난해 6ㆍ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당 후보인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낙선을 목적으로 과연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경찰을 동원해 '하명 수사'를 했을까?

 

그런 혐의점을 두고 수사에 나선 검찰과 선거 개입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청와대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김태은 부장검사)는 2017년 하반기 청와대에 접수된 김 전 시장 관련 비위 첩보가 경찰청을 거쳐 울산지방경찰청에 하달된 뒤 지난해 3월 강제 수사로 이어지는 과정 전반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있다.

 

문제가 된 첩보는 김 전 시장의 비서실장이 건설업체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내용 등으로 전해졌다. 이를 토대로 한 경찰 수사는 대부분 무혐의로 종결됐다.

 

김 전 시장의 낙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이 첩보는 백원우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에게 전달해준 것이다.

 

이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실에 파견된 경찰 출신 행정관이 2017년 11월 초 노란색 행정용 봉투에 이 첩보를 밀봉해 경찰청 특수수사과(현 중대범죄수사과)에 전달했고, 경찰청은 검토작업 후 같은 해 12월 28일 우편으로 울산경찰청에 보냈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검찰이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부분은 이 첩보가 경찰에 이첩되기 전에 청와대에서 보완 내지 가공의 과정을 거쳤는지 여부다.

 

백원우 민정비서관실이 최초의 첩보를 보완·가공해 경찰에 건넸다면 첩보의 생산이나 이첩에 관여한 게 없다는 청와대의 해명과 배치된다.

 

이와 관련,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전날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해당 첩보는 청와대의 조사 대상이 아니라서 그대로 첩보를 이첩했다고 밝혔다. 정상적인 절차를 따른 것이기 때문에 수사개입 등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백원우 전 비서관도 지난 27일 입장문을 내고 "비서관실 간 업무분장에 의한 단순한 행정적 처리일 뿐"이라며 "반부패비서관실로 넘겼다면 울산사건만을 특정해 전달한 것이 아닐 것"이라고 해명했다.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진 사실관계가 이런 해명에 부합한다면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선거개입 의혹을 벗게 된다.

 

반면 청와대 등의 해명과 달리 경찰에 넘겨진 첩보가 최초의 첩보보다 보완·가공돼 있거나 수사의 방향을 넌지시 암시하는 내용 등이 추가됐다면 첩보 이첩의 적법성이 문제시될 수 있다. 선출직 공무원의 비위를 감찰할 권한이 없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선거에 개입할 목적에서 사실상의 감찰을 한 정황으로 여겨질 수 있다.

 

검찰은 김 전 시장의 외압 행사 의혹 등을 처음 제기한 울산 지역 건설업자 김 모씨의 자택 등을 최근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청와대와 여당, 경찰 등에 여러 차례 투서를 넣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검찰은 김씨가 작성한 문건과 청와대에서 경찰로 전달된 첩보 사이의 내용상 차이 등을 분석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청와대에 올렸다는 수사 상황 보고를 비롯해 두 기관 사이에 어떤 방식과 내용의 소통이 있었는지도 구체적으로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경찰은 울산경찰청이 지난해 3월 울산시청을 압수수색하기 한 달 전에 한 차례 보고하는 등 청와대에 수사 상황을 총 9차례 보고했다고 한다.

 

경찰은 "버닝썬 사건처럼 중요 사건은 청와대와 정보를 공유한다"며 통상적 보고였다는 입장이다.

 

노영민 실장도 국회에서 "사회적으로 민감하고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안에 대해 보고를 받는 것은 일상적인 업무 절차"라면서 "내용을 파악하는 것은 가능하며 (청와대가 먼저) 보고하라고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 경찰 수사를 독려하거나 압박한 사실이 없는지 확인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백 전 비서관 산하 별도의 감찰팀 직원이 울산으로 직접 내려가 경찰 수사 상황을 챙겼다는 의혹 등이 확인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노영민 실장은 "고래 고기 사건 때문에 검찰과 경찰이 서로 다투는 부처간 불협화음을 해소하기 위해 내려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검찰은 최근 박형철 비서관을 조사한 데 이어 조만간 백원우 전 비서관을 소환해 첩보 이첩 과정과 경찰 수사 개입 여부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또 백 전 비서관이 민정비서관실 내에 별도의 특감반을 가동해 김 전 시장 수사 내용을 점검했다는 의혹도 살필 계획이다.

 

수사 상황에 따라서는 백 전 비서관과 함께 근무했던 이광철 민정비서관(당시 민정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윤모 전 총경(당시 민정비서관실 행정관) 등도 소환 대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