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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잊을만하면 반복되는 어선사고…대책은

기상 악화·난방기구 사용·미숙련 출항·안전 불감증 사고 원인
섬유강화플라스틱 소재 화재 취약…정부, 정책적 지원 필요
해경 "기상 수시 확인과 사고 시 즉각 대응 선단 조업 당부"

▶해경이 지난달 25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마라도 약 63㎞ 해상에서 전복된 어선 C호(24t·통영선적·승선원 14명)에서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서귀포해양경찰서 제공 영상 캡처) 

 

최근 어선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해양 안전에 빨간불이 커졌다.

 

지난 19일 제주 인근에서 발생한 장어잡이 어선 '대성호'(29t) 화재·침몰사고에 이어 25일 군산시 비안도 인근 해상에서 김 양식장 관리선(0.5t)이 전복되고, 26일에는 제주 인근에서 근해 장어 연승어선 '창진호'(24t)가 전복됐다.

 

불과 1주일 사이 어선사고가 3건이나 발생하면서 19명이 숨지거나 실종될 만큼 겨울철 어선사고는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진다.

 

강한 풍랑과 폭설 등 수시로 변하는 해상 기상과 선내 난방기구 사용, 미숙련 출항 증가 등이 겨울철 어선사고의 원인이다.

 

겨울에는 풍랑특보가 자주 내려지지만, 각종 어종이 성어기이기 때문에 어선들이 무리하게 조업에 나서는 경우 적지 않다. 하지만 어선이 너울성 파도를 맞으면 복원성이 낮아져 중심을 잃고 전복될 가능성이 높다. 창진호는 바다에 넣은 통발을 거둬들이기 위해 이동 중 너울성 파도를 맞아 전복된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 당시 북서풍이 초속 19m가량으로 강하게 불었고, 4m가량의 높은 파도가 일었다.

 

전북 군산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5일 오전 7시57분 군산시 옥도면 비안도 남서쪽 7.4㎞ 해상에서 김 양식장 관리선이 전복된 채 발견됐다. 뒤집힌 선체에는 70대 한국인 선원 1명과 러시아 출신 20~30대 선원 2명이 있었다. 이들은 해경조사에서 "김 양식장에서 작업을 하다 갑자기 높은 파도가 일어 배가 뒤집혔다"고 진술했다. 해당 선박이 작업한 해상에는 풍랑주의보가 내려져 3~4m가량의 높은 파도가 일었다.

 

30일 중앙해양안전심판원에 따르면 해양사고는 최근 5년(2014~2018년) 동안 ▲봄(3~5월) 2453건 ▲ 여름(6~8월) 2943건 ▲가을(9~11월) 3321건 ▲겨울(12~2월) 2274건 등 모두 1만991건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가을철 해양사고가 30.2%로 가장 높았다. 이 가운데 어선사고는 2014년 1029건에서 지난해 2013건으로 증가했다. 또 겨울철 어선 화재·폭발 사고 비율(26.8%)과 선박침몰 사고 비율(28.3%)이 높았다.

 

선주들은 어선사고의 원인으로 화재에 취약한 난방기구 사용과 누전·합선을 원인으로 꼽는다. 겨울철 난방기구 사용 증가로 화재발생 개연성이 높다는 게 선주들의 설명이다.

 

한 선주는 "겨울철 화재에 취약한 난방기구나 전열기구 등을 사용할 때 발전기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다"며 "어선 특성상 냉동기 등을 24시간 가동하고, 전기시설이 바닷물에 빨리 부식돼 제때 교체해야 하는데 시설교체 비용이 부담스러워 교체를 미루다보니 누전이나 합선, 폭발 등 화재 사고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대성호에서 발생한 화재가 순식간에 번진 이유는 화재에 취약한 '섬유강화플라스틱'(FRP)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FRP는 재활용이 불가능하지만, 가격이 저렴하다. 수리, 변경, 개조가 쉬워 어선 소재로 많이 활용되고 있지만, 외부충격과 화재에 취약하다.
 
▶풍랑주의보가 발효 중인 지난달 19일 오전 7시9분께 제주 차귀도 서쪽 76㎞ 해상에서 선원 12명이 탄 통영선적 연승어선 D호(29t)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해경에 접수됐다. 어선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제주해양경찰서 제공)  

 

FRP 대체재로 알루미늄 등 여러 소재들이 있다. 하지만 문제는 비용이다. 알루미늄으로 어선을 건조할 경우 FRP에 비해 1.5~2배 정도 비싸다. 이 때문에 화재사고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어업인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조업 현장의 안전불감증 역시 풀어야 할 숙제다. 어선법에는 어선위치발신장치(V-PASS), 선박자동식별장치(AIS), VHF(초단파 무선통신), DSC(초단파대 무선전화설비) 등을 1개 이상 반드시 설치·작동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고 발생 시 어선의 위치를 신속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암암리에 행해진 불법조업 관행 탓에 선원들의 안전과 생명은 사실상 뒷전이다. 자신들의 어장 위치 노출을 피하거나 조업금지구역 위반 등 불법어업 행위를 위해 고의적으로 어선 위치장치를 끄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 저인망어선 선장은 "갈수록 어족자원은 줄고,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자신만의 어장 위치 노출을 하지 않거나 불법 조업을 하기 위해 위치추적 장치를 끄고 조업에 나서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불법 조업으로 과태료보다 더 큰 돈을 벌 수 있는데 누가 과태료가 무서워서 법을 지키겠냐"고 반문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5월 어선위치발신장치가 고장이 날 경우 즉시 수리 하는 등 상시 정상작동 되도록 위반행위 처벌 강화를 중심으로 어선법을 개정·시행했다. 이에 따라 ▲무선설비 미작동(0→300만원) ▲위치발신장치 미작동(100→300만원) ▲위치발신장치 고장·분실 미수리(0→300만원) 과태료를 강화했다.

 

해수부는 또 12월부터 내년 2월까지 겨울철 기상 악화에 따른 선박 침몰·전복사고와 난방기 사용 증가에 따른 화재·폭발사고에 대비해 '겨울철 해상교통 안전대책'을 시행한다.

 

해수부는 겨울철 해양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기상악화 대비 선박출항 통제 및 사전대피 지도 ▲겨울철 사고 취약요인 집중점검 ▲설 명절 대비 안전 관리 ▲유관기관 협조체계 구축 및 안전의식 제고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한다.

 

해수부는 제주 대성호·창진호, 군산 양식장 관리선 사고와 관련해 화재사고 저감, 양식장 관리선 출입항 관리 개선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겨울철 어선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기상정보를 수시로 확인하며 무리한 조업을 피하고, 사고 발생 시 즉각적인 신고와 대응을 위해 여러 선박이 함께 조업하는 선단 조업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대훈 해양경찰청 대변인은 "해경은 관계기관과 함께 선박소유주와 어업인들을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안전점검을 한다"며 "기상이 악화되면 조기입항하거나 안전해역으로 피항하도록 유도하고, 항행안전을 위한 해상교통문자방송을 수시로 보낸다"고 강조했다.

 

성 대변인은 "겨울철에는 해상 상황이 수시로 급변하기 때문에 기상정보를 항상 확인하고, 무리한 조업을 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단독 조업보다는 다른 어선과 무리지어 조업하는 선단 조업을 당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