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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칼럼

                                                        변동현<논설고문>

 

세계 제2차 대전의 영웅(영국수상)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은 "모든 나라는 그 나라의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가진다"고 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수준과 국민 수준과의 상관성은 어떨까? 필자는 299명 중 대부분이 능력 있고 존경받을만한 분들이지만 분명 몇몇 사람의 의원들 때문에 전체가 욕먹게 되고 우리 국민의 수준마저 국제적으로 망신당한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그런 의원들은 자기를 찍어 준 국민을 우습게 여기거나 오만한 성격의 소유자가 아닐까 한다. 국회의원이라면 국민의 대표이고, 대한민국의 얼굴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 대한민국을 조국 정국으로 휘몰아치게 한 인사 청문회와 국정감사 광경을 지켜 본 국민들은 과연 어떻게 저런 사람들이 국민의 신성한 선택에 의해 뽑혀진 선량일까 하는 강한 의구심을 갖게 했다. 국가 최고의 기관인 의사당에서 의사진행의 기본은 간데없고 상대를 모두 적으로 간주하듯 고함과 모함, 욕설과 모욕, 폭언과 폭력들이 난무했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국사를 논의하기는커녕, 만나기만 하면 서로 막말을 주고받는 풍경을 연출했다. 더 이상 예의와 배려는 그들 사전에 없었다. 생방송을 통해, 그리고 시간과 채널을 달리하며 각종 유사보도 및 토크를 통해 쏟아지는 혼탁한 언어들과 무례한 행동들을 지켜보아야 하는 국민들은 혼란스럽고 피곤하다 못해 우울증에 빠지기 일보 직전이다. 그들의 한심한 언행들은 여기에 옮기기에도 민망스럽고 부끄럽기까지 하다.

 

패스트트랙 합의 과정에서는 동료의원을 의원들의 비서들까지 총 동원하여 힘과 물리력으로 의원 실에 가두는 폭거를 자행하는가 하면 소속 당을 달리하는 의원들을 향해 폭력을 행사하여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불법적 행위로 검찰에 60여명이 고발된 상황이고, 웬 일인지 검찰의 수사는 소걸음보다 느리게 진행되고 있어서, 그 점 또한 검찰의 비리로 지목받는 상황이다. 더욱이 한심스러운 것은 상임위원장이나 국회의장도 직책만 있지 어떤 역할도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요즘 미국 하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트럼프(trump)대통령 탄핵 청문회를 지켜보면 우리 국회 광경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무엇보다 청문회 질문자로 선정된 미 의원들은 매우 침착하고 질문시간을 정확히 지키며 증인들에 대해 각별하게 예의를 지키며 인권을 존중한다. 청문회의 분위기는 매우 진지하며 여야간 다툼은 전혀 눈에 띄지 않는다 한편 사회자인 상임위원장은 의원과 증인들에게 수준 높은 청문(Quality hearings)을 강조한다.

 

국회의원의 고함이 항상 금기 시 되는 것은 아니다. 극히 예외적으로 1988년 광주특위에서 1980년 5월 불법 계엄령 등 국기 문란과 집단 양민학살을 시키고도 뻔뻔한 모습을 보인 독재자 전두환을 향해 명패를 던지고 고함을 쳤던 전 노무현 의원(16대 대통령)은 국민의 마음을 시원스럽게 대변하여 국민적 박수를 받은 바 있는데, 이 장면은 용기 있는 의원의 패기로서 아직도 기억되고 있다.

 

그러나 명분 없이 개인적 감정을 절제하지 못하고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든 품격 없는 의원들에 대해 국민적 심판이 내려져야 한다. 국회의원 윤리실천규범[시행 2017. 4. 22.]에 보면, "제1조(윤리강령준수) 국회의원은 윤리강령을 성실히 준수하여야 한다. 제2조(품위유지) 국회의원은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정하고 있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라면 이 규정을 반드시 지키고 금과옥조로 여겨야 할 것이다. 본인이 반대한다고 해서, 또는 본인의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고함이나 욕설(특히 모 상임위원장)까지 서슴지 않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 그러한 반칙은 요즘 초등학교 반장선거에서도 볼 수 없지 않을까?

 

한 다선의원은 어느 글에서 현 국회의원의 수준에 대해 다음과 같은 소회를 피력했다. "원인은 우리 정치의 품격에 있습니다. 국제 망신의 대명사인 우리 국회의 수준이 우리 국민의 수준에도 걸맞지 않습니다. 문제는 '말'입니다.'개가 그처럼 친구를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은 꼬리만 흔들지 혀를 굴리지 않기 때문'이라는 영국 속담은 새겨 볼 만합니다. 의정활동을 하면서 말을 가볍게 다루는 동료의원을 볼 때마다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정치의 품격은 먼저 수준 높은 말을 통해 갖추어지는 것입니다."(안규백) 매우 공감이 가는 표현이라서 여기에 인용해 본다.

 

앞으로 의원들 취임 시 분노조절이나 마음수련 훈련을 받게 하면 좋겠다. 왜, 정치인이기 이전에 인격자가 되어야 하는지 성찰하게 하고, 자질향상을 시켜야 한다. 소통의 화법과 성찰적 생활태도에 대해서도 종교인, 지식인 등 명사들의 말씀을 수시로 듣게 해야 한다. 또한 유권자평가위원회(가칭)를 만들어 매년 의원들의 의회활동 실적 평가와 함께 품위 평가결과를 공개하고 그 결과에 따라 유권자들이 차기 투표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는 이를 바탕으로 국회의장이 삼진아웃 등의 방법으로 해당 의원들을 징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공자님은 '평생 선(善)을 행해도 한마디 말의 잘 못으로 이를 깨뜨린다.'고 했다. 이러한 국회개혁을 통해서 '갈등국회'가 불식되고 '상생국회'로 다시 태어 날 수 있을 것이다.

 

국회의원은 당선되는 순간부터 다수의 보좌진과 비서, 별도 사무실이 제공된다. 그리고 공항과 골프장 등에서는 VIP대우를 받게 된다. 사무실은 면적이 82.5㎡(25평). 사무실 절반을 자기만 사용할 수 있고 사무실 한쪽에는 화장실까지 딸려 있다. 4급 보좌관 2명, 5급 비서관 1명, 6급비서 1명, 7급비서 1명, 9급비서 1명을 둘 수 있다. 필요시 대학원생 인턴을 수시 채용할 수 있는 권한도 갖고 있다. KTX도 무료로 이용한다. 해외로 나갈 때는 특별출입구를 통해 공항 의전실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연봉 수준은 미국과 비슷하다. 세비라는 월급으로 941만여 원(국회의원 1인당 평균 월급액)을 받는다. 연봉으로 따지면 1억1,300만여 원이다. 기본급 520만원을 비롯해 입법 활동비 180만원, 관리업무 수당, 정액 급식비, 가계지원비, 명절휴가비 등이 포함돼 있다. 차량유지비와 유류비, 사무실 운영비, 의원사무실 공공요금, 의정활동 지원식비, 정책홍보물 유인물비 및 정책자료 발간 비(연간 1,100만원), 정책발송비 등은 별도로 받는다. 세비에 별도로 지원되는 경비까지 합치면 연봉은 1억6,000만여 원에 이른다.

 

이렇게 수준 높은 세비와 대우를 받는 의원들은 과연 그에 걸맞은 업적과 성과를 내고 있으며 국민의 대표로서 품격 있는 언행을 보여 주었는지 묻고 싶다. 작년 이맘때엔 여야가 사이좋게(?) 합의하여 연간 2천만 원의 세비를 셀프 인상해 예산안에 반영시켰다. 비판이 들끓어 청와대 청원에는 14만여 명이 서명했지만 뒤집는 건 불가능했다. 이렇듯 의원 한사람을 위해서 어마어마한 국민의 혈세가 투입되고 있는 것이다.

 

두잇서베이(http://www.dooit.co.kr)에서 2019년 3월, 전국 14-99세 남녀 4,21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보면 국회의원 세비에 대해 '지나치게 많다(지금보다 월급을 줄여야 한다)'에 국민의 84.3%가 찬성의사를 보였다. 국회의원의 직무에 대해서는 1위, '불만족한다'가 40.8%, 2위 '보통' 33.6%, 3위 '만족'은 고작 10%에 그쳤다.

 

21대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각 당은 총선의 포문을 열기 시작하고 있다. 각종 권모술수도 극치를 보일 것이다. 이제 국민이 심판을 할 차례이다. 선택기준은 후보자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그들의 인격과 품격 수준이 중요하다. 과거 범죄 및 비리경력도 잘 살펴야 한다. 양심적인 마음으로, 이성적인 생각을 하며, 말 한마디에도 높은 인격과 격조가 묻어나는 '맑고 향기로운'(법정스님의 경구) 후보자에게 금배지를 달아줘야 할 것이다. 미래세대의 교육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어린 청소년들이 의원들의 언행에서 배울 점이 있어야 한다. 그간 참고 기다린 유권자는 엄정하고 매서운 한 표를 행사해야 할 것이다. 유권자의 마음도 맑고 깨끗하게 가다듬어야 한다. 과거의 지역구도 투표, 공허한 이념의 추종, 기득권 고수 등 구태를 벗어 던지고 철저히 인물본위의 투표권을 행사해야 한다. 유권자의 한 표가 국가의 미래를 가른다는 신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금년은 상해에서 김구 등 목숨을 건 숭고한 정신으로 항일 독립 운동가들이 파란만장의 인고 끝에 우리 민족과 후손들의 민주 독립국가 쟁취를 위해 '임시의정원(臨時議政院)'을 출범시킨 지 10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이다. 21대에서 진정으로 그 분들의 애국 혼을 이어 갈 떳떳하고 믿음직한 선량으로 여의도 의석이 채워지길 바라며 기원한다.

                                                                (전 서강대 교수/한국방송학회장/Fulbright 교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