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19 (토)

  • 맑음동두천 20.8℃
  • 구름조금강릉 19.2℃
  • 맑음서울 22.7℃
  • 맑음대전 22.6℃
  • 맑음대구 22.9℃
  • 구름조금울산 20.0℃
  • 맑음광주 22.1℃
  • 구름많음부산 21.9℃
  • 맑음고창 19.5℃
  • 구름조금제주 20.9℃
  • 구름조금강화 20.0℃
  • 맑음보은 21.0℃
  • 맑음금산 20.3℃
  • 맑음강진군 23.0℃
  • 구름조금경주시 21.2℃
  • 구름조금거제 23.7℃
기상청 제공

시론/칼럼

응답하라! 2019 국회. 검찰. 언론개혁

                                                        변동현<논설고문>

 

세월은 화살처럼, 아니 번개처럼 지나간다. 벌써 2019년도 단풍이 물들고 낙엽이 지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권도 2년 반밖에(또는 2년 반이나?) 남지 않았다. 어느 야당 의원은 방송에 나와 ‘이 정권의 레임덕은 벌써 시작됐다’며 반색하듯 외쳐댄다. 나라걱정이 앞선 우국충정의 소리이길 바란다.

 

야당은 정부의 약점 찾기 시합이라도 하듯, 모든 정책에 흠집 내기로 일관한다. 심지어 문대통령을 비롯하여 주요 여당 인사와 청와대 비서진들을 모두 ‘빨갱이’, ‘좌파’, 주사파‘ 등(신조어로 ’좌빨‘)으로 몰기 일쑤다.힘센 야당은 매주 광화문 집회로 국민의 시선을 모으려 한다. 내친 김에 이 정권의 끝장을 내버리자는 의도로 읽힌다. 국가의 상징인 태극기는 집회의 무기로 사용된다. 야당 대표는 애국투사인양 삭발까지 하고 다닌다.

 

흔히 운동권 학생이나 노조대표들이 민주화 투쟁 또는 생존권 투쟁을 위해 마지막으로 하는 행동들이다. 그들의 투쟁에는 생존의 절박함이 있고, 그야말로 돈도 없고, 권력도 없는 사람들의 절규인 것이다. 과연 야당대표가 그런 절박함 때문에 삭발했을까? 돈도 있고 권력도 있고 당권도 장악하고 있는 정치지도자가 그런 선동적인 행동을...? 과연 어린 학생들이, 청소년들이 정치인들의 그런 경박하고 비뚤어진 모습을 통해 무엇을 배울까? 집회. 시위. 단식. 삭발 등의 행위도 격에 맞아야 하고 적절해야 할 것이다. 조국의 사표로 정국이 진정국면으로 가고 있고, 이제 무거운 마음으로 국회를 수습하고 정치를 치유해야 할 시점에, 대규모 집회를 반복하는 것은 결코 책임 있는 공당의 자세가 아니다.

 

금년은 안중근의거 110주년. 유관순 만세운동 100주년을 맞는 역사적으로 매우 뜻깊은 해이다. 우리 대한민국은 수많은 의사와 열사들의 숭고한 희생으로 세워진 세계적으로 의롭고 자랑스러운 나라다. 그러나 금년은 선열들에게 매우 부끄러운 해로 기억될 것이다. 조국 사태로 정치판은 수개월 동안 추악한 싸움으로 얼룩져, 정치 후진국으로 전락했고, 가장 공정해야 할 검찰은 각종 추문(김학의 사건. 윤중천 사건. 장자연 사건 등)으로 얼룩져 국민들의 분노가 서초의 촛불을 밝히며 수백만이 모였다. 조국 파동기 3개월 기간만 놓고 봐도 100만 건이 넘는 역대 급 집중 기사폭탄으로 나라를 조국 정국으로 몰아갔다. 이런 언론행태를 흔히 소방관 저널리즘(Firemen journalism)이라고 한다. 불난 곳에 전국의 소방관들이 한 곳으로 몰려드는 것을 비유한다. 박홍 총장(전 서강대)은 저널리즘이 아니고 ‘너절리즘’이라며 비꼬았다.

 

최근 나라의 혼란과 분열을 언론이 주도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흔히 언론의 제 1 사명은 ‘국가이익과 사회통합’이라고 교과서에 나온다. 진실보도의 사명을 다해야 할 언론은 사상 최악의 가짜뉴스에 휘말렸다. 오보를 밥 먹듯이 내고, 자사 이기적인 파당적. 편파적 보도로 국민을 혹세무민하기도 한다. 이제 개혁의 촛불은 언론계로 번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경제도 어렵고 세상은 급변하는데 혼란이 너무 길어지면 안 된다. 이제 정치인들은 표만 노릴 것이 아니라 자신들을 차분하게 성찰하며 보다 밝은 미래를 위한 ‘성숙한 대화와 상호 존중의 마음으로 화합의 길을 열어야’(혜민 스님) 할 것이다. 국민들은 냉엄한 심판을 할 것이다.

 

사태의 불씨가 됐던 당사자는 물러났으나 그에 대한 수사는 언제나 마무리될지 불투명하다. 국정감사장에서는 아직도 전 조 장관과 그의 일가를 피의자로 몰아세우며 국감장의 검찰총장을 몰아 세웠다. 검사에게 자기 당의 편을 들어 달라는 식의 경박한 질문과 다그침이 쏟아졌다. 급기야 감사받는 총장이 금배지들에게 울분 섞인 언사로 '압박이냐?'며 반발하기도 했다. 여야가 검찰총장을 두고 약 3개월 만에 정반대의 태도로 바뀌었다. 총장 청문회 때만 해도 야당은 인준 결사반대 입장이었고, 여당은 '적절한 인사'라며 극찬을 했다. 이런 조변석개의 여야 의원들 태도에 대해 정성호의원 등은 "부끄럽다"고 했다. 그래도 양심적인 의원이 살아 있으니 다행이라 할까.

 

윤 총장과 조 장관 청문회에서 여야 의원 서로가 불구대천의 원수처럼 으르렁대며 고성과 폭언으로 국민의 귀한 시간을 허비하더니 국감장에서도 자기들만의 소모적인 언쟁을 벌이는 모습에 피로를 넘어, 절망에 빠진 국민들이 많았을 것이다. 질문에는 여전히 품격이 결여되어 있고, 콘텐츠가 부실하다. 검찰 수사단계에 있는 사안에 대해 지나치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수사권 침해의 기본이라는 것도 모르는 걸까? 아니면 아직도 금배지의 권위와 권력에 취해 있는 걸까?

 

지난 2003년부터 한국사회과학자료원이 진행해온 한국종합사회조사 뿐만 아니라 여타 다른 조사에서도 국회의원 신뢰도는 늘 '꼴찌'를 차지하고 있다. 여론조사를 보면, 국회의원에 대한 신뢰도는 2018년 11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정부신뢰 제고' 발표자료, 2017 사회통합실태조사(한국행정연구원), 리얼미터의 '2018 국가사회기관 신뢰도' 조사 결과 등 모든 조사 자료에서 꼴찌(4점 만점에 1.9)로 나타났다. 그러니 국회의원들이야 말로 개혁대상의 1순위임에 분명하다. 내년 총선에서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유권자의 준엄한 심판이 있어야 할 것이다. 여당의 한 의원은 최근에 '더 이상 정치를 바꿀 힘이 없어 불출마 한다'(J일보 10.18일자 인터뷰)면서 금배지가 부끄럽다고 했다.

 

국회 물갈이를 통한 정치개혁에 이어서 검찰개혁과 언론개혁 또한 한국사회의 시급한 과제이다. 검찰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권력의 편에 서서 '정치검찰'이라는 오명을 받으면서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왔다는 평을 받는다. 그간 가장 공정해야 할 사법기관이 청와대의 부속기관 정도로 전락했으니, 이제라도 환골탈퇴하지 않으면 안 된다. 독재 대통령들은 비서실장이나 민정수석을 통해 검찰 권력을 독점하고 인사권을 마구 휘둘렀다. 문대통령은 검찰 스스로가 ‘과거를 반성하고 자체적 개혁안을 내놓길’ 바라고 있으나 이번 조국 사태로 다시 한 번 난관을 맞았다. 그럼에도 검찰개혁은 여전히 최우선 정책과제다. 부패한 권력을 수사할 수 있게 하고, 인권국가로 바로 세우는 전제 조건이기 때문이다. ‘공수처’ 법안 통과도 그 일환이다. 윤석열 총장도 찬성을 표시했다. 그러나 아직 국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공수처 설치 반대는 도둑놈들이 경찰서 설치를 반대하는 격"이라는 고 노회찬 의원의 어록을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언론개혁 또한 국회개혁. 검찰개혁 못지않게 중요하다. 미국의 3대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은 '언론 없는 정부와 정부 없는 언론 중에서 하나를 택한다면 정부 없는 언론을 택할 것이다'(government without newspapers, or newspapers without a government, I should prefer the latter)라는 말을 남겨 유명하다. 당시 1800년대에도 그토록 언론의 역할이 강조됐다. 하물며 각종 미디어의 폭발을 보이는 오늘날은 언론민주화. 언론인의 전문화가 이루어 않으면 나라에 미래가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 역사적으로 언론이 발달한 영국에서는 언론을 천둥(The thunderer)이라 부른다. 그만큼 공정보도와 진실보도의 사명을 요구받고 있다. 4대 일간지를 포함한 종이신문들, 그리고 전파를 이용한 지상파방송, 통신 케이블을 이용한 종편들. 요즘 유행하는 유튜브 방송들을 포함한 수없이 많은 인터넷채널들과 SNS들...쏟아지는 정보의 홍수시대를 맞아 독자. 시청자 국민들은 실로 정보의 옥석을 구분하지도 못한 채 언론의 포로(?)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서로 가짜뉴스라고 하니 과연 진짜뉴스는 어디서 구할 것인지 막막하기만 하다. 얼마 전 정부로부터 가짜뉴스를 단속하겠다는 일갈이 있었지만, 엄포에 지나지 않았다. 경찰이 가짜뉴스를 색출하거나 언론사를 처벌할 수도 없다. '국민의 알권리' 또는 '언론자유' 수호라는 헌법적 대 명제 때문에 인위적인 언론개혁은 결코 쉽지 않다. 오로지 언론인들 및 언론사 스스로의 자정노력과 언론윤리의식 고취, 이 두 가지 외에는 해결책이 없어 보인다. 그 외 언론개혁의 대안은 국민(시민)의 감시 기능이다. 언론 소비자인 국민의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언론복지 차원에서 정부가 국민 모두의 미디어교육을 대폭적으로 확대실시 해야 한다.

 

미디어 옴부즈맨(사내 자율 언론감사 제도) 등 북유럽의 사례를 참고하고 서유럽 선진국들의 미디어교육 제도를 하루 빨리 도입하여 초등생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언론을 대하고 식별 수용하는 국민의식 수준의 향상을 유도해야 한다. CBS라디오에 30년간 재직 후 은퇴를 맞이하는 변상욱 대기자는 최근 인터뷰에서 “현재 한국 언론의 가장 큰 문제는 ‘가짜뉴스’(즉, 사실과 섞거나 교묘하게 편집해 진실과 허위를 구분하기 어렵게 하는 보도형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조국 파동을 통해서, 박 정권 탄핵 이래 다시 촛불을 든 대한민국은 정치개혁. 검찰개혁. 언론개혁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이 3대개혁을 통해서 대한민국은 드디어 명실상부한 선진국에 들 수 있으며 이 나라를 지켜준 독립 영웅들에게 반듯한 2019년의 후손으로서 보답하는 길이 될 것이다.

                                                            (전. 서강대 교수/한국방송학회장/Fulbright 교환교수)